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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일기

공부 머리가 없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by 라일락꽃잎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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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매일 미술학원과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있다. 1시간 빨리 마치는 화, 목은 컴퓨터 수업을 간다. 나머지 과목은 모두 다 집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다 뒤집어엎어야 할까 생각 중이다.

딸아이는 그다지 공부머리가 좋지 않다. 이해력도 떨어지고, 암기력도 많이 떨어지는 편인 듯하다.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력이 있는 나는 아쉽고 속상하기는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사실 공부머리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마치 운동선수에 비교하자면 달리기가 빠르다? 정도의 개념이다.

물론 운동선수가 달리기가 빠르면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달리기 선수라면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달리기 외에도 수많은 종목이 있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면, 달리기가 빨라서 도루도 잘하고 중견수를 맡겨 놓으면, 중간은 물론이고 전후좌우 수비가 다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선수는 당연히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주로 4번 타자가 맡는 1루수는 달리기가 빠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도루도 1년에 한, 두 번 시도할까 말까다. 늘 앉아서 공을 받는 포수도 달리기가 빠르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한 팀에서 4번 타자와 주전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공부머리가 좋은 것은 특히 초등학교 때는 반짝 효험을 보인다. 그다지 예습, 복습을 하지 않아도, 많은 문제를 풀지 않아도 쉽게 쉽게 문제를 잘 맞히는 아이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곧 온다. 공부머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오면  공부머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직 꾸준함과 성실성이다.

그동안 나는 공부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 딸아이를 상위권으로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매일매일 전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작업이다. 그나마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기에 국어, 영어, 수학, 한문, 피아노, 다섯 가지만 봐줘도 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직 자연이나 사회가 추가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가르치는 행위 자체는 나에게는 밥 먹는 것만큼이나 쉬운 작업이다. 한, 두 문제 풀어보게 하거나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면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캐치할 수 있다. 그럼 그 눈높이에 맞혀 설명의 수준을 확 올리던지 낮추던지 하면 된다. 실컷 설명해 줬는데도 여전히 모른다? 열받아할 것 없다. 1번 설명해서 모르면 5번쯤 설명해 주면 웬만하면 알아듣는다.

특히 수학은 많은 문제를 풀다 보면 그 원리와 개념을 비로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영어는 문장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눈만 생기면 그다음은 단어 싸움일 뿐, 절대로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이러한 방법으로 공부를 해왔고,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왔고 결과도 좋았다. 그런데 딱 하나 있는 자식을 못 가르쳐 "give-up"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다니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정말 거지 같다. 사실 주말 동안 아이와 심하게 싸웠다. 40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아이랑 싸우고 있는 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엄마가 아무리 선생이라고 해도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나 보다. 그렇다고 반에서 꼴찌를 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지금하고 있는 사교육을 모두 정리하고, 공부방이나 학원을 보내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아니 사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3가지 모두 친한 친구도 많이 생겼고 선생님들과도 정이 들어서 아이가 그만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사교육 플러스 또 다른 사교육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월요일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에 생각 중이다. 공부가 하고 싶고, 재밌고 즐거운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주 가끔 있기는 할 것이다. 거의 없는 케이스이므로 논외로 쳐도 무방하다. 하기 싫지만, 재미없지만,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또 그 힘든 것을 해낸 만큼 충분한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 보상도 충분히 따라온다. 이제 겨우 2학년인데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실컷 놀다가 어느 정도 스스로 열심히 해야겠다 싶은 때가 오면 그때 열심히 시키면 되지 않냐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 공부머리가 있는 아이의 경우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딸아이는 공부머리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성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즉, 그 성적은 아이 스스로 해낸 결과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 준 결과다. 여기서 내가 손을 놔버리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공부머리도 좋고 꾸준히 해 온 아이들과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나는 민주적인 엄마이고 싶다. 소리소리 질러대며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공부시키고 싶지 않다. 할 때는 열심히 하고, 놀 때는 마음껏 놀게 해 주고 싶다. 그래서 그동안은 선행도 전혀 시키지 않았다. 책 읽어주는 것은 좋아해서 책만 많이 읽어주었다. 그랬더니 1학년 2학기쯤이 되자 아이 스스로 감이 오는 것 같았다. 나는 공부를 못 하는구나... 우리 반에는 나보다 잘하는 아이가 정말 많구나...

나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 결국은 네가 1등을 하게 될 거야... 나는 자신 있었다. 그런대로 잘 따라왔다. 당장 올백으로 올릴 수는 없었지만 눈에 띄게 상향곡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하기 싫어한다. 아니 원래도 하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따라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근데 이제 반항한다. 내가 아이에게 다섯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짠 시간표대로라면 집중해서 하면 1시간, 길어도 1시간 30분이면 마칠 수 있는 분량이다. 예를 들어 한자 같은 경우는 하루 딱 한 자만 공부한다. 그 대신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 나머지 시간은 피곤하면 낮잠을 자던지 TV를  보던지, 좋아하는 만들기나 그림을 하던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단, 내가 못 하게 막은 것은 오락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핸드폰을 오래 하는 일 정도다.

1시간이면 마칠 수 있는 분량을 3시간은 붙잡고 있어야 한다.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글씨도 개판, 연필 떨어뜨리고 지우개 떨어뜨리고... 거기까지는 이해해 줄 수 있다. 얼마나 하기 싫었으면...

하지만 말을 못되게 하는 것은 도저히 참아 줄 수가 없다. 틀리게 쳐 놓고 맞게 쳤다고 우기지를 않나, 목이 터지도록 자세하게 설명해 줘도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 짜증을 내지를 않나... 이 정도면 사실 공부는 하나 마나다. 아니 안 하는 것만 못 하다.

아무리 붙잡고 시켜도 실력은 전혀 오르지 않고 공부에 대해 싫은 감정만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안 가르쳐주겠다고 말했다. 혼자 하던지 , 하지 말던지, 원한다면 공부방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제야 울고 불고 자기가 잘 못 했다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열심히 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약발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 약발이 떨어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고수님들께 정말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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