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풀나풀 샤랄라 한 여성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체육 수업이 든 날 외에는 매일 치마를 입는다. 치마엔 역시 운동화보다 구두가 제격... 새로 사준 딸아이의 블링블링 구두가 너무 예뻐서 내 마음에도 쏙 든다. 근데 ㅜ ㅜ 아주 낮은 굽이 있는 디자인이어서였을까? 조금 미끄러운 느낌이 든다고 해서 밑창도 새로 갈아주었는데... 딸아이는 주말에 나와 함께 외출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왼쪽 팔을 바닥에 부딪힌 모양인데... 결국은 깁스를 하게 되었다. ㅜㅜ
1. 넘어진 당일
평소 워낙 조심성이 많아서 거의 넘어지거나 다쳐본 적이 없는 딸아이인데 정말 구두 때문이 그랬던 건지 그냥 스텝이 꼬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속상했다. 처음엔 상처도 거의 없어 보이고 피가 나거나 멍이 들거나 붓지도 않았다. 팔을 올리거나 손을 움직여 보라고 하니 부자연스럽기는 해도 가능은 해서 일요일 응급실을 방문하지는 않기로 했다.
집에 와서 얼음찜질을 해 주고 타박상 연고도 발라주었는데 별... 변화가 없다. 그리 급하지도 않은 나의 볼 일을 보고자 같이 외출했던 건데 모든 것이 내 잘 못 같이 느껴지고 점점 왼팔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딸아이를 보니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저놈의 구두를 그냥 확 버려? 그러기엔 너무 예쁜 구두 ㅜㅜ
어쨌든 아이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고 정말 유심히 비교해 보면 오른팔에 비해 왼팔이 약간 부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경미했다. 자고 나면 다 나아있겠지... 기대하며 일찍 재웠다.
2. 넘어지고 다음날
기분도 꿀꿀한데 아침부터 봄비가 많이도 내린다. 아침에 학교에 갈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많이 아프단다. 그래? 그럼 오늘은 결석하자 했더니 또 별로 안 아픈 듯하다? ㅋ
비가 좀 잦아들어야 정형외과에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은 내 마음처럼 하루 종일 흐렸다. 비는 안 그쳤지만 그냥 빨리 가보는 것이 좋을 듯하여 go~go~
우선 X-ray부터 찍었다. 양팔의 비교를 위해 다치지 않은 오른팔도 같이 찍었다. 유심히 사진을 들여다보는 의사 선생님...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뼈도 인대도 힘줄도 육안상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인단다... 휴...
하지만 부어있기도 하고 아이가 불편해하니 깁스를 하는 것이 좋겠단다. 네? 태어나 한 번도 깁스를 해 본 적이 없었던 나인지라, 아니 이상 없다면서 그걸 왜? 싶었다.
다행히 석고본을 떠서 하는 그런 깁스는 아니고 쉽게 표현하면 팔 거치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학교도 못 가고 깁스까지 했는데 처음 해 보는 거라 신기하다며 재밌어하는 딸아이... 오른팔이 지지가 되니 확실히 건드려지는 일도 없고 편하긴 한 모양인데, 저 가느다란 목에 계속 걸고 있자니 또 목 뒤쪽 피부가 쓸리는지 불편하단다. ㅜ ㅜ
일주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통증도 없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으면 그냥 그만하고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다만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아파하면 꼭 다시 오라고 하셨다.
X-ray 상으로는 아주 미세한 실금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이의 경우는 CT 촬영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른의 경우라면 심하게 충격이 가해진 경우 뼈가 부러지지만 아이는 부러지지 않고 뼈가 밀려나서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셨다. 아~ 제발 별 이상 없이 어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먹는 약이나 연고는 따로 처방해 주시지 않았다.
3. 넘어지고 이틀째
자고 일어나면 좀 어때?부터 물어본다. 여전히 아프단다. ㅜ ㅜ 처음부터 육안으로는 식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부기는 아주 살짝만 있었는데 이제 부기는 전혀 없는 듯하다. 조금은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기는 한데, 아파서 그러는 건지 스스스로 조심하는 건지 깁스를 안 해도 오른팔로 왼팔을 받쳐주며 왔다 갔다 한다.
일단 더 이상 결석은 안 될 것 같아 학교도 보내도 피아노학원도 보냈다.
딸아이의 남친은 깁스를 하고 나타난 자신의 여친을 보고 기절했다고 함 (원래 연기력이 탁월한 친구 ㅋ)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라며 모든 것을 다 도와주어서 공주 같은 하루였다며 해맑게 웃는다. 아프고 불편해도 씩씩한 딸아이, 순수하고 따뜻한 친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 하루였다.
근데 도대체 며칠이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까? 아픈 것은 왼팔인데 밥도 떠 먹여 드림, 수학 문제도 암산하시면 내가 적어드림, 피아노는 오른손으로만 치심...
아무런 이상도 없는 평범한 나날의 소중함이 새삼 그립다.
4. 넘어지고 삼일째
오늘은 노동자의 날이라 학교에 가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역시 별 차도는 없다. 원래 이렇게 천천히 낫는 걸까? 정말 실금이 간 걸까? 이번주까지는 답답해도 좀 더 지켜보고 주말에도 불편해하면 다시 병원에 가봐야겠다.
딸~ 어린이날이 며칠 안 남았어... 어버이날도 며칠 안 남았고...
원하는 거 다 해 줄 테니 어서 낫자~ 어버이날 엄마 선물은 깁스 빼는 것이면 충분해~
불편해도 조금만 더 참고 어서 낫자~ 사랑해 우리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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